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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성명
제목 [기자회견문]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
작성일자 2020-04-27


 

베트남전 종전 45,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청원 1년 기자회견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103명의 얼굴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1년 전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한 진상조사, 공식사과,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하며 청원서를 제출한 피해자들입니다. 청원 1, 그들의 눈은 여전히 진실을 요구하며 여기, 우리,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 모든 국가의 모범이 되고 있음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정부의 투명한 대처와 시민의식의 성숙함이 그 이유인 듯합니다. 의연히 어려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격려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시민의식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혐오와 차별, 환경과 빈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19는 세계화가 구축한 경제체제가 어떤 결함을 내포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은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러 사회문제와 역사적 과제 앞에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단지 질서를 지키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발 디딘 곳의 평화와 역사를 성찰하여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너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지금 우리가 103명의 얼굴과 함께 선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모호함혹은 외면에 머물러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에 대해 확인하거나 공개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한국 사회에 알려진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20년 넘도록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해 지난해 4,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하며 청원에 나섰습니다. 이제 베트남이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더 이상 외면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된 후 5개월이 지나 한국 정부가 청원에 대한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를 호소한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낸 것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국방부 회신을 통해 전달된 입장은 예의를 갖춘 여러 표현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베트남 정부와 공동조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기에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한국군이 왜 자신의 가족을 죽였는지, 왜 나를 쏘았는지 밝혀달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그것은 청원인들에게 실망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습니다. 1968년 퐁니퐁넛 학살 가담 참전군인에 대한 국가정보원(당시 중앙정보부) 조사목록 공개 요구에 대해 세 차례나 법원이 공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록의 존재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청원을 처리한 국방부는 그것이 국가정보원의 기록이기 때문에 권한 밖의 일이며,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로는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학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국방부의 회신은 참으로 무성의한 답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8년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 열렸습니다. 소장과 증거, 변론준비기일 통지서 등을 법률상 대표자인 법무부장관 앞으로 송달하고 피고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습니다. 비록 민간 영역에서 열린 가상 재판이었지만, 재판부가 피고 대한민국에 요구한 진상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예회복 조치 판결만큼은 가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실제 베트남 피해자의 호소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시민사회의 요구, 엄정한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그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로 한국 정부의 어떠한 노력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현실의 법정에 피고 대한민국을 세웁니다. 지난 21일 시민평화법정을 공동 주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산하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소속 변호인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968년 일어난 퐁니퐁넛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을 대리하여 국가배상 소송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현실의 법정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변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법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평화와 인권 국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정한 시민의식이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불어 지난 3일에는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11명의 의원이 뜻을 모아 공동발의에 참여했습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베트남 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록 20대 국회는 곧 종료되지만 이제부터라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새로 시작하는 21대 국회에서는 이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한국 정부는 진실을 원하는 저들의 깊고 한 서린 응시 앞에 마주서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한국 정부의 사과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피해자들의 억울한 호소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베트남전쟁 참전의 역사를 통해 가해의 역사를 성찰하고, 우리도 언제든 타인에게 부당하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45,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베트남 피해자들과 마주합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곳,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020428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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